포스트

[우아한 테크코스] Level 1 유연함 강화 스터디 회고

해당 글은 Level 1 유연함 강화 스터디 회고 목적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Shout out to 22 Group.

유연하되, 흔들리지 말자.

1.

지금까지,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유연하지 못하게 살았다. 유연함보다 부러지지 않는 올곧음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있었다. 내가 정확하게 알고 있는 분야라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기보다 나의 의견을 앞세웠다. 다른 사람을 따라가는건 자신의 색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러지고 나서 되돌아봤다. 내가 해왔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남을 따라가기 싫었던 것은, 그저 내 색이 옅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2.

우아한 테크코스는 소프트스킬을 프로그래밍 스킬처럼 강조한다. 처음에는 조금 과도하다고 느꼈다. ‘무슨 연극을 해?’, ‘호랑이 왕의 생일잔치는 뭐야?’, ‘유연함 강화 스터디는 왜 하는거야?’ 등등… 이런 활동들이 정말 나를 바꿔줄 수 있을까?

2.1 연극

연극은 정말 곤란한 미션이었다. 살아가다 보면 인생의 많은 장면에서 사람 앞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연극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연극 따위를 해본 것은 언제였을까? 아마, 없을 수도 있다. 그것도 처음 보는 사람들이랑 일주일도 안되는 시간 내에.

다행히도 좋은 팀원들과 함께해서 나름대로 성공적인 끝을 냈다. 연극 주제 선정부터 소품 준비, 동선 체크까지 어느 하나 막히는 점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난 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것 같다. 아직 이들과 친하지 않아서?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서? 그냥 시켜서 하는거라? 아니면 마음 한 구석엔 이런거 열심히 해서 얻을 게 없다고 생각했을수도 있다.

신기하게도, 다른 크루들은 꽤나 적극적으로 참여했다.(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이 사람들은 유연함을 믿고 있는건가?

2.2 유연함 강화 스터디

그저 다른 소프트스킬 활동처럼, 유연함 강화 스터디(이하 유강스)도 책을 읽고 단기간에 지나갈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레벨1의 메인 활동이라도 해도 좋을 만큼 우테코 코치들은 공들여서 유강스를 진행했다. 크루들과 모여서 자신이 유연해지기 위해 일주일간 어떤 도전을 했는지 공유하는 활동이다.

나는 유연한 마인드를 위해 무엇을 해야했을까. 가장 먼저 생각난 일은 다른 사람들과 많이 이야기해보는 것이다. 고여있는 생각은 썩는다. 새 흐름이 들어와야 나의 생각을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다. 많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서로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 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이전까지는 인간 관계에서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았다. 올 사람은 오고 갈 사람은 가는 것이라 여겼다. 짧은 10개월 간의 생활에서는 어려울 수 있으니, 내가 먼저 다가가기로 했다. 이미 친해져있는 무리에 껴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은 쉬운 활동이 아니었다. 애초에 노력이 쉬운 것이 아니다. 그래도 노력한 덕분에 레벨1의 중반부 부터는 꽤나 즐겁게 잠실 캠퍼스를 다녔다.

감정은 사람의 뇌를 지배한다. 나도 하루에 몇 번씩 왔다갔다 하는 경우도 많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는 내 감정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내 감정이 남을 대할 때의 태도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감정 일기 쓰기에 도전했다. 물론 감정의 원인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니, 솔직하게 말해서 무서운 일이다. 별 것도 아닌 일 가지고 추한 감정이 피어오르는 것을 알게 되면 내가 얼마나 형편 없는 인간인지 자각하게 된다.

하지만 감정 일기를 쓰거나 생각해보면서 느낀 것은 나는 많은 경우에서 몸이 힘들면 상대방을 향한 가시가 돋치고, 형편없는 사람이어도 괜찮아.였다. 그것까지 포함해서 모두 나를 이루는 것이다. 중요한 부분은 이런 사실들을 내가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흔들리지 않는다.

3. 나는 진짜 유연해졌나

레벨1 활동이 끝나고 누군가 나에게 유연해졌냐고 물어보면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할까. 고작 6주도 안 되는 시간동안 이런 활동을 했다고 유연해 질 수 있는걸까? 나는 정말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됐나? 20년 넘게 성과 중심 마인드로 살아왔지만 나는 진짜로 성과 중심 마인드를 버릴 수 있었나? 나는 다른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은 좋은 사람이 된 건가. 애초에 유연함의 정의는 무엇인가.

한 가지 확실한 부분은 ‘우테코에서만 할 수 있는 활동을 하자’ 라는 미명 하에 평소에는 하지 않을 행동들을 꽤 많이 했다. 그런 활동에서 신선함을 느꼈다. 나의 생각이 흐르고 있음을 느꼈다. 친해진 사람들과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서로 토론하면서 영역을 확장한다. 이런 활동에 승자, 패자는 없다. 제로섬이 아닌 명백한 플러스다. 이런 활동이 좋았다.

양자역학처럼 모호한 나의 감정을 고전역학처럼 정확하게 고정해냈다. 사실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뭐 어때. 정답은 없으니까. 나에 대한 것이니까 내가 생각한 것이 곧 정답이다.

레벨1을 보내면서 내가 실제로 조금이나마 변화했고, 앞으로도 변화할 준비가 됐다는 점은 확고한 사실이다. 나는 아직 유연함이 뭔지 모르겠다. 앞으로의 활동에서 유연함이 뭔지 알아가면, 조금 더 나은 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기사는 저작권자의 CC BY 4.0 라이센스를 따릅니다.